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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 정부, 도심 속 백연 수년째 방치

폼알데하이드 등 기준치 수십배


서울 남산이 보이는 빌딩 숲 사이로 하얀 연기(백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대형 빌딩 ‘초미세먼지 생산 공장’ 수준

암 유발 물질 가득한데 규제 기준 없어


도심 속 대형쇼핑몰과 빌딩, 호텔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백연)’가 암 유발 물질을 포함한 초미세먼지의 주범으로 확인됐다.
청정연료(LNG)를 이용한 친환경 난방을 하고 있다지만, 정작 이들 건물이 도심 내 대기환경보전법 배출허용기준치의 수십 배에 달하는 폼알데하이드 등을 대거 포함한 ‘초미세먼지 생산 공장’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백연’이 수증기와 다르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며 측정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는 등 수년째 방관하고 있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22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배출구에서 직접 배출되는 여과성 미세먼지(FPM)와 응축성 미세먼지(CPM)로 구분된다.
여과성 미세먼지는 오염물질 배출 시점에 고체나 액상으로 존재하며, 여과지 등으로 걸러내고 있다. 입자 크기도 2.5∼10㎛ 수준이어서 마스크 등으로 호흡기 질환 등을 예방할 수 있다.
환경부도 이러한 여과성 미세먼지에 대한 배출원 관리정책을 전개하며 대기오염물질 저감 등에 힘써왔다.

문제는 응축성 미세먼지다.
응축성 미세먼지는 석탄화력발전소, 지역난방공사뿐 아니라 백화점과 호텔, 대형 빌딩 등 굴뚝과 같은 내연기관 배출 공간에서 발생하는 가스가 짧은 시간 내에 차가운 공기와 접촉하면서 응축돼 눈에 하얀 연기처럼 보인다.
경기도에 있는 A환경전문업체가 이러한 하얀 연기를 다시 응축해 분석해보니 폼알데하이드, 니켈, 부유물질(SS), 불소, 페놀, 다이에틸헥실프탈레이트 등 암을 발생시키고,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허용기준치의 수십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부분은 내연기관에서 발생한 가스가 하얀 연기로 전환되면 2.5㎛ 이하의 입자의 초미세먼지가 되는 데 있다.
사회적으로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수증기 등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단순 수증기가 아닌 암 유발 물질을 포함한 초미세먼지다.


이러한 응축성 미세먼지는 일상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도권 외곽에 있는 제지ㆍ비료ㆍ시멘트 공장뿐 아니라 도심 내 열병합발전소는 물론 백화점과 호텔, 빌딩 등 LNG를 이용해 난방하는 곳은 모두 해당된다.

실제 도심 속 미세먼지의 90%가량이 응축성 미세먼지다.
이임학 서울시립대 교수가 2018년 한국공기청정협회를 통해 공개한 ‘응축성 먼지를 고려한 국내 미세먼지 배출 현황’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과성 미세먼지양은 서울지역의 경우 연간 1807t인 반면 응축성 미세먼지양은 연간 6632t으로 전체의 78.5%에 이른다.

특히 서울지역의 응축성 미세먼지는 비산업연소인 난방 등에 따른 비율이 89.3%로 집계됐다.
더 큰 문제는 대기환경보전법 등에 이러한 백연의 발생량조차 제어할 기준이 없다는 데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응축성 미세먼지는 자료가 없다. 현재 연구를 시작했는데 워낙 어려운 점이 많아 당장 확인하기 어렵다”며 “백연이라는 것이 애매한 것 같아서 답하기도 어렵다. 지역마다 차이가 좀 있지만, 표준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백연’에 대한 위험성을 고려해 오래전부터 여과성 미세먼지뿐 아니라 응축성 미세먼지를 구분해 발생량을 측정ㆍ제어해 대기오염을 방지하고 있다.
특히 대기관리 체계의 효과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대기환경기준농도 설정 시 오로지 위해성만을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임학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행 대기오염 측정에서 응축성 미세먼지는 사실상 제외된 상태”라며 “정부가 응축성 미세먼지를 측정하거나 발표하지 않으니 (애써) 언급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지만, 이제는 사회적으로 대안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형용기자ㆍ장두진 인턴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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